키스자렛 할아버지의 나즉한 목소리

새벽 두 시의 '고요하던' 분만실,
그 무겁고 축축한 공기 속으로
키스자렛 할아버지의 나즉한 목소리가 흘렀다.

· · · · ·

아내가 출산을 몇일 앞 둔 그해 가을 어느날,
경황없고, 주머니 가볍던 예비 아빠는 근사한 출산 선물 대신
분만실에서 들을 음악을 급히 준비하고 있었다.

어떤 음악이 아내의 고통을 좀 더 덜어줄 수 있을까?
우리 아이의 첫 배경음악은 어떤 것이 좋을까?
그렇게 마련된 네 장의 컴필 씨디...

늦은 밤 진통이 시작된 탓에
다른 가족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단 둘이 들어간 가족분만실.
출산 중간에 갑자기 진통이 사라져 의사도 간호사도 나가버린 그 진공같던 공간,
정말 깜깜한 우주 한복판에 둘만 덩그라니 버려진 것 같던 그 순간에
키스자렛 할아버지의 나즉한 목소리가 들렸다.

다독다독...

그리고 한시간 뒤,
어둠 속에 스며든 한줄기 햇살처럼
아가의 눈부신 울음소리가 그 공간을 가득 채웠다.

20120324 비오는토요일새벽차안에서새삼그날을떠올리다... 완상

bgm. Keith Jarrett - Be My Love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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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이사중] The Empty Space 혹은 休..

오랫동안 방치되던 제 개인 홈페이지를 티스토리로 이사하고 있습니다.

개인 홈페이지, 이 낯설고 오래된 용어라니...
게다가 마지막 글도 5년도 더 된 글이군요.

2000년도부터 운영했던 개인 홈페이지 글들 중에서
우선 제로보드 게시판 형태로 운영을 했던 2002년 이후의 글들을
몇 가지 문명의 이기를 통해 본문/댓글/방명록 모두를 거의 온전하게 옮길 수 있었습니다.

2001년 이전에 작성되었던 초기 홈페이지의 html 문서들은 차차 옮기기로 하고, 뭐..

아직 이삿짐 정리가 다 안되어 좀 어수선 합니다.
도배도 다시 해야하고, 가구 배치도 다시 해야하고..
그래도 예전 홈페이지에 가끔 들르셨던 분들에겐
반가운 글들, 반가운 이름들도 많을테니
먼저들 둘러 보세요.

반갑습니다.
아직 이 빈 공간을 기억하고 계신 여러분..

20110210 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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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온도



바람에서 
너의 체온이 묻어나.

20050908 완상


pic.  20050821 경기 파주 헤이리 야외공연장
bgm.  정원영 - 뚝방서다


노래를 불러 줄게요



애써 귀 기울이지 않아도 
그대가 들을 수 있게
내가 발할 수 있는 모든 온기를 담아..

20041028 완상


pic.  20020103 청주 신봉성당 눈물나게 포근했던 겨울 아침
bgm.  시인과촌장 - 우리에게


증발



이른 아침의 출근길
간밤의 열기가 고스란히 담겨진 도로 위를 달리다가
빨간 불의 신호등 앞에 잠시 멈춰 섰을 때
갑자기 아득해지는 술 덜 깬 머리..
그냥 그렇게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리고 싶었다.

20040729 완상


pic.  20040729 출근길 영등포에서 여의도를 바라보다
bgm.  김석준 - 구파발


민들레, 해바라기를 꺾다



비 섞인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던 일요일이었어.

내 옥탑방 바로 맞은 편,
골목길 건너 이웃집 옥상에 홀로 피어
출근 길에 늘 먼저 아침인사 건네던 해바라기.

'민들레'라고 억척스런 이름이 붙어있던 태풍의 매서운 끝자락을
그 갸냘픈 허리로 위태위태하게 견뎌내고 있었어.
잘 버텨내 줄까?
부목이라도 대 줘야 할까?

늦은 밤,
바람이 잦아들고,
여린 빗방울만 민들레 홀씨처럼 밤 공기 속으로 날아다니던..

옥탑방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다가
결국 고개를 떨구고 만
그 해바라기를 보았어.
힘들었구나, 많이 힘들었구나...

미안해.
매일 아침 출근 길에 허겁지겁, 시간에 쫓겨 아침인사 받아주지 못한 거.
집 나설 때 마다 좀 바라봐 달라고 한껏 얼굴 환히 밝히던 너,
늘 그 자리에 한결같은 모습으로 서 있겠다 싶어
한번도 제대로 눈 맞춰주지 못한 거..
많이 미안해.

안녕.
다시 볼 수 없을 친구..

20040703 완상


pic.  20040703 골목길 건너 이웃집 옥상
bgm.  Pat Metheny - Tell Her You Saw Me


기다렸어요



마른 달빛,
새벽 안개,
겨울 바람,
시린 눈물,
그렇게 많은 시간이
내 곁을 스쳐 흐르도록
지금 여기, 이 곳에 서서..

20040616 완상


pic.  20040612 경기 남양주 조안 북강변
bgm.  노영심 - Impromptu


날. 자.



그렇게
가벼웁게.

20040329 완상


pic.  20030512 선재도 옆 측도 (by Hansolo)
bgm.  나윤선 - Happy Hour


에노와의 첫 만남



에노와의 첫 만남.

아파트에서 주인 잃은 아기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하다.
동물병원에서 진찰 받고, 예방 주사 맞고..
태어난 지 3개월쯤 된 건강한 남자 아이.

새로 바뀐 환경에 많이 낯설어 하더니
사료를 주고, 마실 물을 주고, 모래를 담아 화장실을 만들어 줬더니
금새 경계심을 풀고 방안 탐험에 나섰다.

우리, 친구할까?

20040205 완상


pic.  20040220 내 방 창가에 올라 선 에노
bgm.  한충완 - 딸에게 보내는 노래


항해



긴,
항해의
시작

먼 길,
같이 가겠니?

20040205 완상


pic.  20030921 하늘공원
bgm.  Cristopher Cross - Sai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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